롱블랙 프렌즈 C

다들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있으세요? 요새 저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담은 채널을 즐겨 봐요. 제가 기대한 것과 다른 매력이 보이거든요. 제 구독 목록을 채운 건? 홍진경과 최화정, 한가인 같은 이들이죠.

근데 이들 영상에서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거 있죠? 누가 연출하는지 궁금했어요. 찾아보니 같은 PD래요. 주인공은 이석로 PD. 허니비스튜디오를 이끄는 대표이기도 하죠.

심지어 그의 팀이 운영하는 채널은 더 많아요. 이지혜와 장영란, 노홍철, 김영철, 손태영, 백지영까지. 총 9명의 삶을 영상에 담아내고 있죠. 9개 채널의 총 구독자 수는? 무려 560만 명*이 넘어요!
*2025년 1월 말 기준.

대박 터트리는 채널의 기준? 너무 궁금하잖아요. 김포그니 기자와 함께 서울 서촌에서 이석로 PD를 만났어요.

김포그니 기자

“천 년 동안 당신을 알고 있던 지인보다, 처음 만나 친구가 된 사람이 당신을 더 잘 알 수도 있다.” 이석로 PD는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작가의 말을 떠오르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인기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자유부인 한가인」 등을 기획·연출했습니다. 오랫동안 어떤 이미지가 각인된 인물이라도, 또 다른 신선한 면모를 찾아내는 걸로 유명해요.

누구나 개인 채널을 열 수 있는, 리브랜딩의 시대입니다. 그래서 더욱 그만의 노하우가 궁금해졌어요.

Chapter 1.
기획은 곧 ‘타협’이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이런 친구가 있지 않나요? 말이 정말 많은데 그게 다 재밌는 친구. 또 소식은 어찌나 빨리 아는지, 학교의 소문을 가장 먼저 알려와요. 1986년생 이석로 PD가 딱 그런 아이였죠.

“재밌게 이야기하면 친구들에게 둘러싸이는 게 좋았어요. 제 이야기에 남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쾌감을 느꼈죠.”

주목받는 걸 즐긴 그는 어떻게 PD를 꿈꿨을까요? 우연히 본 책의 문장이 그의 마음에 들어왔다고 해요. PD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책이었죠. 이 책은 PD를 이렇게 정의했어요. “PD는 사람들에게 스토리텔링하는 사람”이라고.

그때부터 이 PD는 ‘연출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어요.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갔고, 졸업을 앞둔 2011년 10월, TV조선 공채 1기 PD가 됐죠. 「강적들」, 「스타다큐 마이웨이」 등에 참여하며 연출을 배웠어요.

그가 방송국 생활을 하며 배운 건, ‘타협하는 법’이었어요. 이 PD는 초보 시절 자신의 기획이 “허무맹랑했었다”고 고백해요. ‘절대 만날 수 없는 유재석·강호동 같은 거물급 MC를 같이 섭외하자’라거나, ‘간판 프로그램보다 제작비가 몇 배 드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와 같은 거였죠.

“기획을 던졌다 반려되고, 또 타협하면서 배운 게 있어요. 머릿속에서 아무리 재밌다고 생각한 기획이라도, 현실을 만나면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이죠. 또 하나, 아이디어는 현실로 구현돼야만 쓸모가 있다는 사실까지요.”

이 PD는 이 과정을 8년간 반복했어요. 그러면서 배운 건? 실현할 수 있는 기획을 먼저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이었어요. 현실에 부딪히기 전에 이미 예산부터 출연자, 편집까지 먹힐 만한 기획안을 내게 된 거예요!

“이때 제 기조는 불가능한 건 포기하고, 타협할 수 있는 걸 붙잡아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어요. 현실과 이상 그 중간 어딘가를 찾으면, ‘난 또 잘 해낼 것’이라 다독였죠. 결국 그렇게 됐고요.
사실 이런 감각은 큰 집단인 방송국에서 일했기에 배운 거예요. 곧바로 1인 유튜브 PD로 커리어를 시작했다면,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겠죠.”

롱블랙과 인터뷰하는 이석로 PD. 그는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현실과 ‘타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롱블랙

Chapter 2.
잘 돼도, 못 돼도 다 내 탓인 유튜브 세계로

이석로 PD가 자신감을 얻을 즈음, 방송국에는 뉴미디어제작부가 생겼어요. 그가 8년 차가 된 2018년의 일이었죠.

이때는 「와썹맨」, 「워크맨」과 같은 20여 분의 예능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지상파 예능보다 유튜브가 가볍고 재밌다”는 말이 조금씩 나오던 시기였죠. 이 흐름을 눈여겨 본 이 PD, 손을 들어 뉴미디어에 도전합니다.

“방송은 PD와 작가만 수십 명이잖아요? 잘 되면 누구 덕, 안 되면 누구 탓으로 돌아갔죠. 저는 제 작품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 보고 싶었어요. 그 통로가 유튜브라고 생각했죠.”

같은 해, 이 PD는 회사의 뉴미디어 팀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팅 예능 「쏭개팅」 , 「룩개팅」을 만들었어요. 특이한 조건에 맞춰 참가자들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는 예능이었죠. 얼굴을 보지 않고 노래로만 호감을 판단하거나, 옷 스타일만 보고 이상형을 찾는 식이었어요.

결과는 대박이었어요. 10대~20대 사이에서 재밌다고 소문이 난 거예요. 이 PD가 합류한지 1년 만에 구독자 100만 명, 영상 조회수는 3억 회를 돌파했어요.

“신세계였어요. 영상의 모든 요소가 다 제 손을 거쳤거든요. 컷 하나, 자막 토씨 하나까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었죠. 영상이 오롯이 제 책임이었어요. 또 시청률이 아닌 댓글로 ‘재밌다’ ‘별로다’를 실시간으로 보는 것도 좋았어요. 대중과 더 호흡하는 기분이었죠.”

이 PD는 점점 유튜브 PD로 이름을 알렸어요. 잼스터 덕에 이직 제안도 받습니다. 그중 하나가 「조승연의 탐구생활」을 만든 스튜디오 에피소드였어요. 고민 끝에 이 PD는 자리를 옮겨요.

“사실 방송사의 공채 PD가 소규모 제작사로 이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계속 방송사의 한구석에서 유튜브를 만들기보다, 진짜 유튜브에 집중하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었어요. 제 자신에 대한 확신도 있었기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2018년 이석로 PD는 ‘스튜디오 잼스터’를 통해 유튜브에 진출했다. 이 채널은 얼굴 대신 옷이나 노래를 보고 이상형을 찾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스튜디오 잼스터

Chapter 3.
딱 하나의 비틀기, 168만 구독 채널을 만들다

구독자 168만 명을 보유한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은 이석로 PD의 이직 첫 작품입니다. 2021년 2월에 처음 시작됐죠.

왜 홍진경 씨를 첫 채널의 주인공으로 고른 걸까요. 이 PD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냥 너무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기준에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사람’이었다는 거였죠.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홍진경과 일하기’였어요. 저 사람과 함께라면 뭘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일면식도 없이 무작정 찾아갔어요. 꽃다발과 기획안을 들고 방송국 대기실로 갔죠. 다행히 서로의 필요가 맞아 함께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공부왕찐천재’ 컨셉이 처음부터 나온 건 아녔어요. 이 PD의 구상은 달랐습니다. 그는 ‘뭐든 잘하는 홍진경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암기와 사업, 패션과 요리까지. 분야를 네 가지로 나눠 그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죠.

하지만 홍진경 씨는 딱 하나의 키워드를 내세우고 싶다고 했어요. 바로 ‘공부’였죠. “채널의 주제는 무조건 공부여야 한다”고 할 정도였대요.

“공부라는 단어를 듣고 처음에는 반대했어요. 저는 웃긴 걸 하고 싶었는데 그걸 갖고 웃길 자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홍진경 씨는 ‘웃기는 건 어떻게든 내가 할 테니, 일단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영상 작업이 시작됐어요. 그리고 채널은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두 달 만에 유튜브 구독자 수는 40만 명을 돌파했죠.

“이때 확실히 배웠어요. ‘기획할 때는 하나의 트위스트twist에 주목하라’는 걸요. 어떤 출연자를 놓고 대중이 생각한 이미지와, 출연자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 사이에 나타나는 괴리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무한도전」의 ‘바보 전쟁’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공부’라는 괴리를, ‘공부왕찐천재’라는 단어로 비틀었어요. 살짝 비틀면 멋진 컨셉이 나온다는 걸 배웠습니다.”

이 PD는 ‘컨셉 비틀기’에만 기대지 않았어요. 편집에서도 자신만의 비틀기를 선보였어요. 일부러 들리는 대로 자막을 적는 식으로 재미를 더했어요.

예를 들면 홍진경 씨가 딸 ‘라엘’이와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면, ‘흐흐흐흐흥’ ‘아무 이유없잌ㅋㅋㅋㅋ’ 등의 자막을 쓰는 식이었죠.

공중파 방송에선 하지 않는 신체 부위 클로즈업도 과감히 했어요. 불안한 상황에서는 덜덜 떨고 있는 ‘손’을 부각해, 시청자로 하여금 감정이 풍부하게 전달되도록 했죠.

“심의가 없는 유튜브에서 이것저것 다 해봤어요. 방송국에서 10년간 심의로 괴로워한 내적 욕망을 터트리는 기분이었죠. 그런 시도들이 대중에게 새롭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

이석로 PD는 “유튜브 채널에 뛰어들며 ‘컨셉과 편집에서의 비틀기’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틀기’를 활용해 홍진경의 유튜브 ‘공부왕찐천재’를 만들었다. ©유튜브 공부왕찐천재

Chapter 4.
그릇을 크게 만들면, 어떤 시도도 재밌다

첫 채널 런칭 2년 뒤, 이석로 PD는 독립을 결심합니다. 그는 그사이 모델 한혜진 씨의 채널도 성공시키며 자신감을 끌어올렸거든요.

그렇게 2023년 1월, 이 PD는 허니비스튜디오를 세워요. 홍진경 씨와 같은 연예인들의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제작사를 만들었죠.

이때부터 「A급 장영란」과 「밉지않은 관종언니(이지혜)」 등의 채널이 차례대로 나왔어요. 지금까지 허니비스튜디오는 총 9명의 연예인 채널을 만들고 운영하는 중이죠.

여기서 궁금한 게 있어요. 채널의 주인공은 어떤 사람을 택하는 걸까요?

“중요한 건 ‘이 연예인과 함께하고 싶다’는 제 마음이에요. 일단 제가 끌리지 않으면 못 하겠더라고요. 그다음 예능과 토크쇼에서 그분이 어떤 애드리브ad lib를 하는지 관찰해요. 즉흥적인 말에서 출연자의 진짜 이미지가 드러나거든요.”

즉, 대본에서 벗어난 말을 유심히 들여다본다는 뜻이에요. 이 PD는 말해요. “연예인들이 애드리브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철학을 보일 때가 많다”고요.

“애드리브에서 신념이 묻어나는 것과 함께, 어떤 분야든 확고한 이미지가 대중에게 각인된 연예인과 함께하려 해요. 그래야 트위스트를 주고 반전을 만들 수 있거든요.
장영란 씨가 대표적이에요. 그는 각종 예능에 출연하면서 자신이 ‘B급 연예인’임을 자처했죠.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A급을 향해 달려간다는 반전이 있었어요. 그렇게 ‘A급 장영란’ 채널이 탄생했습니다. ”

한가인 씨도 마찬가지였어요. 대중이 기억하는 ‘배우 한가인’은 이미 충분히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 것 같았죠.

“한가인 씨를 만나 보니,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늘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자유부인 한가인’ 채널이 만들어졌죠.
이렇게 발굴한 하나의 반전은, 그 자체로 채널의 컨셉이 됩니다. 저는 이걸 ‘그릇’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해요. 작은 단초를 큰 그릇으로 펼치면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릇의 예를 더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이 PD는 홍진경 채널의 그릇은 ‘공부’라고 했어요. 공부를 핑계로 인생과 비즈니스는 물론, 수학도 공부할 수 있다고 했죠. ‘A급’ 그릇을 품은 장영란 채널에서는 A급 토크쇼, A급 요리, A급 쇼핑이 가능하다고 했죠.

“이런 그릇을 만들기까지, 보통 한 달을 들입니다. 그동안 출연자와 계속 대화하면서 영감을 얻죠. 그때 얻은 실마리를 아이템으로 쓰고요. 이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묘하게 자신감을 얻습니다. 누구를 만나도 매력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죠.”

유튜브 ‘자유부인 한가인’도 이석로 PD의 회사, 허니비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이 채널은 닮은꼴인 배우 김동준과 만나고, 성형 견적을 받는 등의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 자유부인 한가인

Chapter 5.
애정을 담으면, 지루함 속에서도 재미가 보인다

이석로 PD와 출연자의 소통은 영상 속에서도 이어져요. 오히려 채널의 관전 포인트가 되기도 하죠.

영상 속 이 PD는 대화에 푹 빠진 듯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궁금한 건 그 자리에서 바로 질문해 분위기를 바꾸기도 하죠. 이따금 들리는 그의 웃음소리를 듣다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런 장면이 있어요. 홍진경 씨가 본인의 ‘최애 문제집’을 소개해요. 문제집을 펼쳐 단어를 열심히 외우는 그를 향해 “(최애 문제집이라면서) 지금 3페이지 외우고 있는 거냐. 책이 너무 쌔삥(새 것)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죠. 홍진경 씨는 “페이지가 뭐가 중요하냐”며 응수해요.

이렇게 이 PD는 거의 모든 영상에서 비슷한 자세를 잡고 있어요. 말하는 출연진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소리를 듣고, 집중하죠. “상황에 몰입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어요. 그는 의아한 듯 되물었죠. “다들 그러지 않냐”고요.

“저부터 집중해야 출연자도 완전히 몰입하더라고요. 이런 것도 있어요. 일반 방송의 경우, 스태프가 20~60명 정도 붙어요. 그러면 연예인들은 그들을 관객 삼아 더 집중하곤 하죠.
그런데 유튜브는 많아야 3명 정도만 붙습니다. 그럼 한 명이 20명 몫을 하는 마음으로 호응해야 해요. 그래야 출연자의 100%를 끌어낼 수 있는 거예요. 그렇기에 제게 집중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 PD는 이런 ‘집중’이, 편집실에서도 이어진다고 강조했어요. 몰입해서 끌어낸 현장의 영상을 다시 집중하면, 분명 재밌는 내용이 보인다고 말하죠.

“저는 지루함 속에서 재밌는 걸 골라내는 게 PD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이야기로 이어내는 능력도 필요하죠.
이따금 후배들이 2시간 촬영본으로 만든 20분 가편을 보면, 재밌는데 이야기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한 걸 봅니다. 그러면 그냥 20분짜리 ‘웃긴 영상 모음’이 되는 거예요.
저는 재밌는 것 15분에, 덜 재밌는 5분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그게 웃긴 것만 모은 20분보다 더 완성도가 높죠. 그렇기에 편집할 때도 집중과 몰입이 중요합니다.”

이석로 PD는 “현장을 몰입하며 출연자를 바라봐야 재미를 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카메라 뒤의 이 PD가 홍진경의 문제집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 ⓒ유튜브 공부왕찐천재

Chapter 6.
의외로 사람들은 ‘전형적’인 걸 반긴다

궁금해져요. 이석로 PD가 지향하는 ‘재밌는 콘텐츠’는 어떤 걸까요? 그는 ‘집밥 같은 콘텐츠’라고 답했어요.

“댓글 중에서도 ‘밥 먹을 때 항상 틀어놓는다’는 걸 볼 때 가장 기뻐요.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지루하지 않은, 특식이 아닌 집밥 같은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거든요.
저는 예능이 친숙한 존재라 생각해요. 물론 자극적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유튜브에는 이미 그런 게 너무 많아요. 그런 건 수명도 짧고요. 우리 팀까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순간에만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열어도 부담 없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뜻이에요.

이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그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고 해요. ‘대중성’이죠. 이 PD는 영상을 기획할 때 ‘마니아의 영역’은 지양한다고 해요. 의외성은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가지는 않으려 하죠.

가령 음식을 그날의 소재로 잡는다면, 짜장면과 냉면 같은 걸 정해요. 말고기나 고래고기처럼 너무 실험적인 건 택하지 않죠.

“우리처럼 대중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대중성을 절대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중적인 걸 ‘뻔하고 전형적典型的’이라고 비판해요. 저는 이게 좋은 뜻이라고 봐요. 어떤 부류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대표’라고 할 수 있거든요.
전형적인 드라마와 발라드, 댄스… 결국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전형적인 거예요. 이 지점에서 콘텐츠가 마르지 않고 나오는 이유죠.”

물론 대중성만 고집하다 보면 ‘무색무취’의 콘텐츠가 나오죠. 그래서 이 PD는 ‘대중성 80%에 신선함 20%’의 비율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해요.

“대중성을 품은 상황에서 누가 봐도 신선한 뭔가를 20% 섞으면, 그때 재밌는 영상이 나와요. 그건 영상 연출일 수도 있고, 밈meme일 수도 있어요. 그 역량은 PD마다 다를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색다른 한 스푼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예요. 저는 그게 좋은 연출자를 가르는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성 위에 올린 색다른 한 스푼을 올리는 것. 이 PD가 13년간 콘텐츠를 만들며 배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스레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졌어요.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모든 작업을 할 때마다 내가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긴장감을 계속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아요. 이걸 내려놓고 후배들이 성장하게 만드는 게 앞으로의 숙제입니다.
고백하자면, 나중에는 PD 말고 다른 일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100세 시대니까, 앞으로도 더 다양한 걸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석로 PD는 인터뷰에서 “전형적인 걸 꼭 나쁘게 해석할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형성 80%에 신선함 20%를 더하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롱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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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던 영상의 비화를 듣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몰랐던 섭외 비하인드도 잔뜩 들었죠.

그중에 제 기억에 남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바로 이석로 PD가 1년을 공들여 섭외한 최화정 씨 이야기였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안부를 물으면서 ‘같이 하시죠’라고 했대요. 그렇게 공들인 어느 날 갑자기 ‘하겠다’고 연락이 온 거죠!

“최화정 씨가 타로점을 보러 갔을 때 ‘유튜브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대요. 그랬더니 점술사가 ‘다른 건 모르겠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했대요. 그게 섭외의 결정타가 됐어요. 운이 좋았습니다.
한편으로 이렇게도 생각해요. 운도 따랐지만, 계속 두드렸기에 그 운도 잡았다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운이 오겠어요? 저는 목표한 걸 밀어붙이며 하나둘 이뤄가면, 그 효능감이 주는 자신감이 있다고 봐요. 그게 제 역량을 키운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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